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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박하나의 세계 기념품 기행 - [3화] 황금빛 사원의 도시, 방콕에서 발견한 오색찬란 도자기

by 빠워빠워 2025.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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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genspark

 

[3화] 황금빛 사원의 도시, 방콕에서 발견한 오색찬란 도자기

 

교토에서의 마지막 밤, 하나는 오동나무 상자에 담긴 교센스 부채를 소중히 배낭 안쪽에 넣었다. 달빛 아래 대나무 숲 그림은 이제 그녀의 마음속 풍경이 되었다. 나무 마네키네코의 투박한 따스함과 교센스의 섬세한 기품. 일본에서의 짧은 여정은 그녀에게 두 개의 소중한 보물과 잊지 못할 기억을 선물했다. 하지만 그녀의 심장은 이미 다음 목적지를 향해 뛰고 있었다.

 

‘더 뜨겁고, 더 강렬한 색깔을 만나고 싶어.’

 

하나가 선택한 곳은 태국, 방콕이었다. 황금빛 사원, 북적이는 시장, 맛있는 길거리 음식, 그리고 전혀 다른 문화. 상상만으로도 오감이 자극되는 듯했다.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자, 주변의 풍경과 언어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던 익숙한 풍경 대신, 열대의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이 펼쳐졌다.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온몸을 감쌌다. 일본의 정갈함과는 180도 다른,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에너지. 공항을 나서자 매캐한 매연과 달콤한 과일 향, 향신료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고, 끊임없이 울리는 경적 소리와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대화 소리가 귀를 가득 메웠다.

 

“우와… 정말 다르다.”

 

하나는 택시를 타고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라는 카오산 로드 근처의 작은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잠시 숨을 돌린 후, 그녀는 곧바로 거리로 나섰다. 정신없이 오가는 툭툭, 길가에 늘어선 노점상,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은 사람들. 모든 것이 새롭고 혼란스러웠지만, 이상하게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다음 날, 하나는 방콕에서 가장 큰 주말 시장이라는 짜뚜짝 시장으로 향했다.

수많은 인파와 끝없이 펼쳐진 가게들. 옷, 가방, 액세서리부터 시작해 온갖 종류의 기념품들이 그녀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코끼리 모양의 기념품은 어딜 가나 보였다. 열쇠고리, 동전 지갑, 바지, 심지어 비누까지.

 

‘코끼리는 너무 흔한 것 같아. 태국을 대표하면서도 좀 더 특별한 기념품은 없을까?’

 

시장을 몇 시간 동안 헤매던 하나는 지쳐갈 무렵, 한쪽 구석에서 유독 화려한 빛을 내는 가게를 발견했다. 그곳에는 형형색색의 도자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복잡하고 정교한 문양이 금빛 장식과 함께 새겨진, 처음 보는 스타일의 도자기였다.

 

“이건… 뭐지?”

 

하나가 다가가자, 가게 주인이 환하게 웃으며 설명해주었다.

 

“사왓디 카! 이건 ‘벤자롱’이라고 하는 태국의 전통 도자기예요. 원래 왕실에서만 사용하던 귀한 거랍니다.”

 

벤자롱(Benjarong). ‘벤자’는 숫자 5를, ‘롱’은 색깔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름처럼 주로 다섯 가지 색(빨강, 파랑, 노랑, 초록, 흰색)을 기본으로 사용하며, 그 위에 금색으로 정교하게 문양을 그려 넣는 것이 특징이었다.

가게 주인은 벤자롱 하나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지, 문양 하나하나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었다. 가루다(태국 신화 속 신조), 연꽃, 전통적인 불꽃 문양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하나는 그 화려함과 정교함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일본에서 보았던 단아하고 절제된 미감과는 전혀 다른, 강렬하고 이국적인 아름다움이었다.

그녀는 수많은 벤자롱 중에서 작은 뚜껑이 달린 합(盒) 하나를 골랐다. 에메랄드빛 초록색 바탕에 흰색과 붉은색 꽃잎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고, 그 윤곽선을 따라 금빛 장식이 화려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이걸로 할게요.”

 

가격은 만만치 않았지만, 태국 왕실의 예술과 장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이 작은 도자기에 투자하는 것은 아깝지 않았다. 가게 주인은 조심스럽게 벤자롱 합을 여러 겹으로 포장해주며, “이 도자기가 당신에게 부와 행운을 가져다줄 거예요”라고 덕담을 건넸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온 하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배낭을 내려놓았다. 조심스럽게 포장을 풀자, 오색찬란한 벤자롱 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도쿄의 나무 마네키네코와 교토의 교센스 부채 옆에 세 번째 기념품을 나란히 놓았다.

 

‘투박한 행운의 상징, 고요한 성찰의 바람, 그리고 화려한 왕실의 예술.’

 

세 개의 기념품은 각기 다른 문화와 이야기를 품고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낯선 도시의 열기와 소음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또 하나의 보물을 찾아낸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하나는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방콕의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 아직 가보지 못한 사원들, 맛보지 못한 음식들, 그리고 또 어떤 기념품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렘으로 부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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