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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박하나의 세계 기념품 기행 - 제1화: 도쿄, 이야기가 담긴 마네키네코

by 빠워빠워 2025.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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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imageFX

[1화] 고된 알바생, 세상 밖으로! 첫 기념품은 행운을 부르는 고양이?

“어서 오세요, 행복 카페입니다!”

까만 앞치마를 질끈 동여맨 박하나의 목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하지만 그녀의 눈 밑 다크서클은 턱밑까지 내려올 기세였고, 입꼬리는 억지로 끌어올린 티가 역력했다. 스무 살부터 시작된 아르바이트 인생. 카페, 편의점, 음식점 서빙, 단기 판촉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 했던가. 5년간의 처절한 노력 끝에 그녀의 통장에는 드디어 1000만 원이라는 ‘태산’이 쌓였다.

‘띵동-’

마지막 월급이 입금되었다는 알림 메시지. 하나는 앞치마를 벗어 던지듯 계산대에 내려놓았다.

“사장님, 저 오늘까지만 하고 그만둡니다.”
“어? 갑자기? 하나 씨 없으면 우리 가게 어떻게 하라고!”
“제 인생도 좀 찾아야죠. 세계 여행 갈 겁니다!”

사장님의 만류에도 하나의 표정은 단호했다. 통장 잔고는 10,002,350원. 비행기 표와 최소 경비를 제외하면 빠듯했지만, 더 이상 돈의 노예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꿈은 단순히 여러 나라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었다. 각 나라의 문화와 이야기가 담긴 특색 있는 ‘기념품’을 모으는 것. 그것이 바로 하나가 고된 노동을 견뎌낸 유일한 이유였다.

며칠 후, 인천국제공항.

하나의 등에는 커다란 배낭이, 가슴에는 작은 크로스백이 매달려 있었다. 첫 목적지는 일본, 그중에서도 아기자기한 소품과 독특한 기념품이 많다는 도쿄였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비행기가 이륙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이 점처럼 작아질 때, 하나는 비로소 해방감을 느꼈다. 이제부터 그녀는 ‘알바몬 박하나’가 아니라 ‘여행자 박하나’였다.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하나는 곧장 숙소가 있는 아사쿠사로 향했다. 센소지 절로 향하는 길목인 나카미세도리 상점가. 형형색색의 전통 과자, 부채, 기모노, 인형들이 그녀의 눈을 사로잡았다.

“우와… 예쁜 거 천지잖아!”

하나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첫 기념품은 과연 무엇이 될까? 그녀는 상점가를 꼼꼼히 살피며 자신만의 기준으로 기념품을 물색했다. 너무 흔한 건 싫었다. 일본을 대표하면서도, 이야기가 담겨 있고, 볼 때마다 첫 여행의 설렘을 떠올리게 할 만한 것.

한참을 헤매던 하나의 발길이 작은 상점 앞에서 멈췄다. 가게 안에는 각양각색의 마네키네코(招き猫)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오른손을 든 고양이는 돈을, 왼손을 든 고양이는 손님을 부른다고 했던가.

“이건 너무 흔한가…?”

하지만 가게 구석, 먼지가 살짝 내려앉은 선반 위에 놓인 작은 마네키네코 하나가 하나의 눈길을 끌었다. 다른 마네키네코들과 달리 유독 해맑게 웃고 있는 듯한 표정, 그리고 목에 방울 대신 작은 복주머니를 달고 있었다. 일반적인 도자기 인형이 아니라, 따뜻한 느낌의 나무를 직접 깎아 만든 투박하면서도 정감 가는 모습이었다.

“이 아이는 뭔가 다른데요?”

하나가 묻자, 백발의 할머니 점원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 아이는 조금 특별해요. 한 장인이 자기 손주에게 행운을 빌어주기 위해 처음 만들었던 디자인인데, 손주가 크게 성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행운을 나눠주고 싶다며 소량만 제작하게 된 것이랍니다. 지금은 그 장인도 돌아가시고, 딱 저 아이 하나만 남았어요.”

할머니의 설명에 하나의 눈이 반짝였다. 흔한 기념품이 아니라,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마네키네코. 게다가 ‘행운’이라니. 새로운 시작을 하는 자신에게 이보다 더 완벽한 첫 기념품이 있을까?

“이 아이, 제가 데려가도 될까요?”

가격은 생각보다 비쌌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할머니는 정성스럽게 마네키네코를 포장해주며 “아가씨의 여행에 분명 큰 행운을 가져다줄 거예요”라고 축복해주었다.

숙소로 돌아온 하나는 작은 나무 마네키네코를 조심스럽게 꺼내 침대 머리맡에 올려두었다. 복주머니를 단 고양이는 여전히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 미소를 보자 아르바이트로 지쳤던 지난날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나의 첫 기념품, 잘 부탁해!”

하나의 세계 여행, 그리고 그녀만의 특별한 기념품 컬렉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다음은 어떤 나라에서, 어떤 이야기를 품은 기념품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찬 도쿄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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